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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자료 1000원 늘렸을 뿐인데… 따뜻한 밥 한 끼의 기적 [이슈&탐사]
22-01-05 15:51 436회 0건

1. 일자: 2021.09.30.

2. 매체명: 국민일보

3. 기사내용:

서울 성북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이춘숙(가명·84) 할머니는 1년 새 몸무게가 60에서 54으로 줄었다. 몸에 기운이 없어 움직이는 것도 힘이 달린다. 한 달 전엔 문턱을 넘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허리도 다리도 아파. 힘이 하나도 없어. 뭘 못 먹으니까 부실해서 그런 거 같아.”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할머니는 매일 복지관에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식당 운영이 중단됐다. 대체식으로 3일간 먹을 분량의 레토르트 식품이 일주일에 두 번 나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밥’(혼자 먹는 밥)을 하려니 좀처럼 입맛이 돌지 않았다. 밥맛이 없거나 반찬이 떨어지면 할머니는 맨밥을 물에 말아 먹었다.

 

서울 강서구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영인(가명·77) 할아버지도 최근 넉 달간 체중이 55에서 50로 줄었다. 치아 문제로 고생하던 김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싸구려 틀니를 맞춘 후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음식을 먹지 못해 김치 국물에다 밥을 풀어먹거나 부드러운 반찬을 우물우물해서 꿀떡 삼켰어요. 살라고 먹는 거지. 맛은 당연히 없죠.” 복지관에서 만든 도시락이 점심마다 배달되지만 온전히 삼켜 넘길 수 있는 반찬은 많지 않다.

 

빈곤한 식사는 바로 몸에 태가 난다. 취재팀이 빈자의 식탁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저소득층 25명 중 일부는 양질의 음식을 먹지 못해 야위고 있었다. 영양 부족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식생활이 악화하면서 살이 빠지는 이들은 더욱 늘고 있다. 오현민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복지관의 무료 급식이 중단됐다. 즉석 식품이나 도시락 같은 대체식으로 변경되면서 살이 빠진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체중 감소는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 윤영석(가명·21)씨도 지난해 학교 수업과 학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몸무게가 71에서 64로 줄었다. “학원 일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 9~10시거든요. 밥때도 지나고 입맛도 잃어서 안 먹고 자는 경우가 많았어요.” 윤씨는 평소 1000원짜리 김밥 한 줄이나 빵 한 개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잦다. 그는 식생활을 고치고 단백질도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학비와 기숙사비가 먼저다 보니 음식에 돈 쓰는 걸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은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영양 섭취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최근 6개월간 체중이 10% 이상 감소했는지를 본다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다면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살이 빠지는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밥 잘 먹고 생긴 변화

영양 취약계층에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서울시복지재단은 2019년 저소득층 어르신 120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도시락·식단 상담 등을 제공하고 변화를 살펴보는 서울시 어르신 식사배달 사업 개선방안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은 6개월간 진행됐다.

 

 

 

연구팀은 먼저 식사에 돈을 더 들였다. 현재 서울시의 저소득 어르신 한 끼 무료 급식 예산(3500)보다 1000원 높은 4500원을 투입해 도시락을 만들었다. 도시락 종류도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눴다. 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겪는 어르신에겐 염도와 당분을 낮춘 도시락을 제공했다. 음식을 섭취하기 곤란한 어르신을 위해 딱딱한 고기 반찬 등을 다져 넣었다. 신장질환을 겪는 어르신에겐 단백질 함유량이 높지 않도록 메뉴를 조절했다. 이런 식사를 평일 한 끼씩 제공했다.

 

6개월 뒤 측정 결과 양질의 식사는 영양·건강 지표를 모두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 120명 가운데 신체질량지수(BMI) 기준 저체중 비율은 12.0%에서 6.3%, 고도비만 비율도 10.3%에서 9.0%로 감소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경계치(200~229/) 비율도 13.4%에서 9.8%, 위험 구간(230/이상) 비율도 8.4%에서 3.8%로 낮아졌다. 연구를 수행한 김정현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6개월만 (개선된 식사를) 드셨는데도 BMI나 혈중 콜레스테롤 같은 건강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음식을 제때 섭취하지 못하는 식품 불안정비율은 84.5%에서 4.2%로 줄었다.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은 1188에서 1695, 단백질 섭취량은 47g에서 68g으로 늘었다. 특히 영양소 기준치 미달 비율이 높았던 칼슘·비타민 A·C 섭취가 크게 개선됐다.

 

 

 

따뜻한 밥 한 끼에 어르신이 느끼는 우울감도 달라졌다. 맞춤형 도시락을 제공하기 전 어르신 120명 가운데 67(55.8%)이 우울 증상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시범 사업이 끝난 후 20(16.7%)으로 감소했다. 김 연구위원은 영양사들이 직접 찾아뵈며 식습관을 관리하고 어려움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변화도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식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려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맞춤형 식단 관리를 담당할 영양사와 충분한 조리 시설·공간, 식사를 배달할 인력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사회복지관·종교단체 시설에 조리 설비·인력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무료 급식 전담 기관을 지역마다 설립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현장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저소득층 영양 연구에 오래 관여한 한 관계자는 “(저소득층 식사 개선에 대한) 정치적인 의지가 있으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질 좋은 식재료를 직접 살 수 있도록 농식품 지원(바우처) 제도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농식품 바우처는 중위소득 50% 이하 취약 계층 가구에 과일·채소·잡곡·우유·계란 등 7개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전자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산 식재료 소비를 늘리기 위해 농협 계열 마트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한다.

 

현재 경남 거제, 충남 당진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8324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용 한도는 1인 가구 기준 월 4만원, 4인 가구는 8만원이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한 달 식비로 10~15만원을 쓰는데, 농식품 바우처로 몇만원이라도 더 받게 되면 식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밀키트(간편조리식)를 저소득층 식사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윤지현 교수는 일정 수준의 영양과 맛을 갖춘 밀키트 식품을 취약계층에 전달한다면 식생활 보장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상당수가 고시원·원룸 등에 거주하며 제대로 된 조리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전자·가스레인지로 데우거나 끓여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지원은 현금이나 식재료 지원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식품영양 전문가들은 음식 지원뿐 아니라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서울의 한 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잘 먹으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본인 스스로 알아야 한다. 어르신을 비롯해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식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식사 지원 과정에서 영양을 고려한 균형적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식생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존엄한 식사를 위하여

정부와 국회 차원의 취약계층 영양·식단 지원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국회는 지난 7월 전국 각지에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를 만들어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복지시설에 위생·영양 관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복지시설급식법을 제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71일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30곳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회복지시설 급식소 11569곳 가운데 8544(73%)은 영양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 소관에 맡겨진 저소득층 무료 급식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경로식당 무료급식’ ‘결식아동 급식등 무료 급식 사업은 보조금법 시행령에 규정된 보조금 지급 제외 대상에 해당한다. 2005년 지방 이양이 이뤄지면서 지자체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무료 급식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라며 국가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예산을 지원해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비 지원을 위해선 법령 개정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송영길 의원이 노인 무료 급식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자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보조금법 시행령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는 반론에 부딪혀 임기만료 폐기됐다. 지자체 예산 사업에 국비 보조금이 들어가는 것이 현행법에 상충된다는 이유였다.

 

 

 

설사 국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당시 송 의원 안을 검토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 무료 급식의 질을 제고하는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재원 확보 방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취재팀이 만난 영양 취약계층과 무료 급식을 운영하는 사회복지관·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 도시락 소모품비가 발생하는데, 그 부분이 조금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워요.”(서울 한 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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